외가집

61세에 해낸 美한의사 꿈

에버그린79 2010. 1. 27. 15:57

61세에 해낸 美한의사 꿈…정행화씨


재미동포 정행화(鄭幸和·미국명 이헬렌·62) 한의사 가정은 의사 집안이다.

남편(이수호)과 아들(이한석·28)이 뉴욕의 플러싱과 맨해튼에서 한의사로 활동하고, 딸(이연실·31)은 코넬대 부속병원 내과 의사다.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이면 집안이 시끄럽다. 실제 체험담을 각자 늘어놓으면서 격론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씨가 가족 토론장에 끼어든 것은 불과 1년 전부터다. 왜냐 하면 그 전에는 ‘의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3월 환갑이 지나서 한의사 자격증을 땄다.

그는 1998년 1월 58세의 나이에 갑자기 뉴욕한의대(New York Institute Chinese Medicine University)에 입학했다. 여름방학도 없이 3년 동안 쉬지 않고 공부해서 3년 만인 2001년 한의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미국 한의사 국가고시를 한번에 통과했다.

그는 한의대에 입학하기 전 뉴욕 플러싱의 YWCA 에어로빅 강사였다. 에어로빅 강사도 나이 50에 시작했다. “나이 50살 때도 한의사 공부를 할까 생각했지요. 하지만 나이가 많은 것 같고, 힘들 것 같아서 한의사를 포기하고, 차선책으로 에어로빅 강사를 선택했었죠.”

한국에서 어릴 때 고전무용과 발레를 했던 그는 1975년 미국으로 이민와서 영어 공부를 하면서 미국 문화를 접하기 위해 댄스를 시작했다. 그는 당시 미국 뉴욕의 퀸즈 대학에서 에어로빅과 컨트리 댄스 수업을 들었다. YWCA 이사로 있으면서 1990년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에어로빅 과목을 선정, 자신이 강사로 나섰다.

“거의 10년 동안 너무 재미있었다”는 그는 “처음에 12명으로 시작했는데 1~2개월이 지나자 100여명이 넘어설 정도로 인기 과목으로 부상했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죠. 60을 목전에 두자 ‘환갑이 넘으면 진짜 더 이상 공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거예요. 더 늦기 전에 한의사 공부에 도전해 보자고 갑자기 용기가 생겼습니다.”

물론 한의사를 선택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젊었을 때부터 ‘학교에 다녔으면…’ 했는데, 기왕이면 자격증을 받으면 좋겠고, 남편이 병원을 비울 때 대신 메워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YWCA에서 12년 동안 해온 봉사활동에 한의학을 접목시켜 보자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결국 몇년이 걸리더라도 바쁠 것이 없으니까 그냥 해보자고 밀어붙였다.

하지만 환갑의 나이에 한의학을 공부하기란 쉽지 않았다. 강의시간에 미처 노트에 못 받아 적는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강의를 녹음해와 집에서 계속 들었다. 잠자는 것은 물론이고, 아내와 엄마의 역할은 거의 포기 상태.

“졸업 때까지 거의 제대로 잠을 자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학교와 집만 왔다갔다 했고, 시장은 안 갔어요. 쌀만 있으면 굶어죽진 않겠죠.” 아들과 딸들이 집에 쉬러 올 때는 오히려 식당에서 본인과 어머니 음식까지 주문해서 배달해 왔다. 해부, 생리, 미생물학 등 기초의학 양방(洋方) 분야 과목을 들을 때는 양(洋)의사인 딸의 도움도 유익했다. 딸은 그때마다 “이렇게 어려운 것을 고생하면서 공부하면 뭐해요. 남은 여생을 친구분들과 즐기면서 사셔도 되잖아요”라고 말렸다. 하지만 정씨는 “엄마 취미 생활이니까 말리지 말라”고 응수했다.

정씨는 모두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학생과 교수님과 함께 뒤늦게 공부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대부분 각자 자기 조국에서 의사, 약사, 간호사 등으로 활동하다가 미국 와서 한의사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죠.”

“영어로 공부를 하지만, 영어가 서투른 사람도 많아, 쉬는 시간에는 각자 자기 나라 언어를 사용합니다. 점심도 자기 나라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가끔씩 서로 나눠 먹고, 자기 나라 말을 한두 마디씩 가르쳐 주는 분위기가 그만입니다.”

그녀는 현재 대학 동창이 운영하는 한의원에서 1주일에 이틀을 종일 근무하고, 나머지 요일은 남편이 자리를 비울 때 대신 환자를 보고, 약도 조제한다.

한의대 졸업 직후 계속해서 대학원을 다니는 그는 “가족이 모두 의사이므로 병원을 차려서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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